Cultural

충신동 목욕탕

류다재 / RYU DAJAE

충신동 목욕탕

메마른 동네, 한줄기 물결

류다재 RYU DAJAE / Studio C
aowlrzkenffk@gmail.com

목욕탕을 통한 지역 커뮤니티 재생

서울시 종로구 충신동은 경사지고 높은 암반지대에 마구잡이로 주택이 들어선 달동네이다. 주택들은 대체로 낮고 노후화 되었으며, 지도에서도 표시되지 않는 구불구불한 골목길들이 즐비하다. 해당 동네는 청년층보다는 노년층이 압도적으로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동네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기존의 인프라는 사라지지만, 새로운 인프라는 들어오지 않는 실정이다.

해당 동네는 2005년 주택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선정되었으나, 2017년 성곽마을의 문화가치 보전 필요성을 이유로 도시재생 사업으로 전환되어 마을재생 사업이 진행되었다. 해당 사업은 마을 내 부족한 주민 커뮤니티 공간 확보에 중점을 두고 진행했으나, 현재 해당 시설들은 열악한 환경과 자족적인 자본 수급이 되지 않아 대부분 운영하고 있지 않은 실태이다.

이에 자급자족이 가능하면서 단편적인 커뮤니티 공간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컨텐츠가 포함된 커뮤니티 시설인 ‘목욕탕’을 제안한다. 목욕탕은 본질적으로 몸을 씻는 장소지만, 기성세대에게 목욕탕은 주민들끼리 허물없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던 오늘날의 카페와 같은 역할이었다.

이번 설계에서 목욕탕의 전체적인 실루엣은 기존의 건물의 흔적과 새로운 건물이 오버랩되는 과정에서 비롯되었다. 저층부의 경우 기존 건물의 무작위적인 배치에서 축을 발견하고 이에 따라 건물을 형성했다면, 중층부는 비우고 상층부는 온전히 수직·수평의 체계로 건물을 형성하여 그 모습이 서로 겹치게 만들었다.

이 목욕탕이 가지는 의의는 단순히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했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것에 있다.